우리는 보통 디자인이라고 하면 깨끗하고 완벽하며 새로운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하지 않음' 속에서 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매력을 가진 일본의 미학, '와비사비(Wabi-Sabi)'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와비사비, 자연스럽고 소박한 아름다움
와비사비는 단순함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변화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본의 전통적인 미학입니다.
- 와비(Wabi): 소박하고 단순하며 고요한 상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 사비(Sabi):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흔적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낡고 녹슬고 오래된 것에서 깊이와 운치를 발견하는 시각입니다.
즉, 와비사비는 완벽함이나 영원함을 추구하기보다, 변하고 덧없는 것들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비사비가 디자인을 만났을 때
이런 와비사비의 정신은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스며들 수 있습니다.
1. 자연 소재와 질감의 존중: 인공적인 매끈함 대신 나무의 나이테, 돌의 거친 표면, 흙의 질감 등 자연 소재가 가진 본연의 모습과 시간이 더해질수록 깊어지는 질감을 그대로 살립니다.

2. 불완전함과 비대칭성: 좌우 대칭이 완벽하게 맞지 않거나, 일부러 약간의 흠이나 비뚤어짐을 남겨두기도 합니다. 이는 인위적인 완벽함보다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와비사비의 특징입니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이는 '킨츠기' 기법이 대표적인 예이죠. 깨짐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게 강조합니다.

3. 단순함과 여백: 화려한 장식보다는 최소한의 요소로 본질에 집중합니다. 공간에는 여백을 두어 숨통을 트이게 하고, 사물은 간결한 형태로 그 자체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4.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디자인: 처음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려 하기보다, 사용하면서 생기는 생활의 흔적이나 변색, 마모 등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멋스러워지는 디자인을 추구하죠.

우리 주변에서 와비사비 찾기
와비사비 디자인은 비싼 예술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되어 손때 묻은 나무 가구, 살짝 이가 나간 찻잔, 정성껏 말린 나뭇가지 하나에서도 와비사비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고 소박하며, 시간이 담긴 것들 속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아름다움. 와비사비는 우리에게 일상 속의 불완전함이나 낡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것들 속에서 완벽하지 않음이 주는 편안함과 깊이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와비사비의 정신을 통해 우리 삶 속의 디자인을 더욱 풍요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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